#2. 이렇게 땀 흘려본 적이 언제인가요?

관리자
발행일 2024-07-01 조회수 14

목포환경운동연합_<글짓는사람들>



#2. “이렇게 땀 흘려본 적이 언제인가요?
마을 중심에 위치한 큰 나무 아래 돗자리를 깔고, 둘러앉아 못밥을 나눠 먹었다.
“이렇게 땀 흘려본 적이 언제인가요?”
“글쎄요. 한 5년 만인가? 정말, 오랜만이네요.”
 
이 노동은 그동안의 일과 남달랐다. 몸을 쓰면서, 정직하게 자연과 함께 기대어 일한다. 일이 힘들기도 했지만, 오늘 심은 모가 자라서 익어가는 시간을 상상하니 그저 생기는 것은 없구나. 많은 농부 덕분에 나는 먹고 살아가고 있구나. ‘밥 한 톨도 남기지 말고 먹어야 해’를 다시금 느낀다. 동시에 남몰래 꿈꾼 귀농의 삶은 살며시 기어들어 간다. 부지런해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모내기의 시작은 장흥에 사는 쪼님과 식사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였다.
 
“언제 농사철에 연락 주세요. 일손 한번 도우러 갈게요.” 라고 호기롭게 말했다.
“네. 좋지요. 6월 15일에 모심기 일정이 잡혀있는데 그날 오실래요?”
“네. 좋아요.”
“이른 아침에 시작해요. 진짜 오실 수 있죠?”
“네!”
 
기계를 쓰지 않고, 자연 친화적으로 농사짓는다는 그의 말에 농사가 궁금했고, 32년을 살아왔지만, 모내기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어릴 적 기억을 따라가면, 부모님이 경운기로 뻘뻘 땀 흘리며, 모내기할 때 멀찍이 떨어져 입안 가득 사탕을 굴리거나 개구리를 발견하고 신나서 놀기만 했다.
새벽에 일어나 한 시간 운전하고 장흥에 도착했다.
마른 논에 짓는 농사의 이름은 <얼척없는 벼농사 - 얼벼>였다.
먼저들 와서 작업 중이었는데, 내가 오니 반겨주며 새참을 먹고 쉬었다가 하기로 했다.
누군가 아침 일찍 일어나 정성으로 만들어준 새참을 먹고 본격 일을 거들었다.
옛날에는 모내기할 때 줄을 잡지 않고, 적당히 감으로 모를 심었다고 하는데, 일제 강점기인가? 그 무렵에 줄을 잡고 일렬로 하는 모내기로 바뀌었다고 한다.
얼벼의 모내기 방법은 이렇다.
 
양쪽 막대에 실을 감아서 줄을 잡는다. 흙 위에 물 뿌리개로 물을 뿌려준다. 거대한 포크같이 생긴 농사 도구로 줄 따라, 물 따라 흙에 구멍을 낸다. 4개~5개씩 구멍이 줄지어 생기면, 포트에 담긴 모를 구멍 따라 손으로 옮겨서 심고, 잘 설 수 있도록 흙으로 덮어주고, 살짝 꾹 눌러준다.
 
모와 모 사이에는 경계같이 낙엽, 지푸라기 같은 것으로 흙을 덮어주며 모야, 잘 자라라. 양분 공급한다.
장갑 없이 맨손으로 흙을 만질 때마다 곤충, 벌레들이 화들짝. 지렁이며, 지네 거미 등이 나와 덩달아 나도 놀란다.
힘들면 말이 줄어드는데, 주위에서 노동요를 부르자고 했다. 잘 몰라서 후렴구만 따라 부르는 둥 마는 둥 했다.
50평 남짓한 땅에 대추찰, 흑미를 심었다. 중간중간에 쉬면서 남은 새참을 먹는데, 그 사이 물까치들이 날아와 고개를 기웃거린다. 땅을 엎치락 하면서 나오는 벌레들을 잡아 먹는 것 같다.
모내기를 하면서 쪼님은 땅의 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 소리는 어떻게 듣는 걸까. 땅의 입장이 되어 무엇을 원하는지, 진심으로 귀기울이고 생각하면 알 수 있다고 한다.
두레 방식으로 이웃들과 함께 농사를 짓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모든 농촌이 이럴까?
모내기를 끝내고, 못밥까지 맛있게 얻어먹고 수제 맥주 한 병까지 받아 간다.
“벼베기는 더 재밌을 거에요. 벼 벨때 또 오세요.”
그의 말에 언제 또 불러주라 넉살 좋게 답하며 집으로 돌아와 긴잠을 잤다.
 
글쓴이: 있잖아
다정한 삶과 유연함을 꿈꾸며 살아간다. 수영과 캘리그라피를 즐겁게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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