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는사람들

#1. 라다크에서 보내온 편지

목포환경운동연합_<글짓는사람들>   #1. 라다크에서 보내온 편지 지금 나는 인도 여행 중이다. 다람살라 여행을 마치고 이틀 전에 라다크 레(Leh)로 넘어왔다. 혼자만의 여행이 아니고 스물한 분의 단체와 함께다. 고산증에 대한 염려 때문에 도착한 첫 이틀은 무조건 사람들이 호텔에서 충분히 쉬게 했다. 어제는 샨티 스투파, 레 왕궁, 남걀체모 곰파 등 레 주변만 천천히 돌아보고 일찍 호텔로 돌아와서 쉬었다. 배가 고플 즈음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했다. 식탁에 모여 식사를 해야 할 사람들이 모두 식당 한편의 둥그런 소파에 모여 앉아 있었다. 내가 나타나자 일제히 ‘주인공이 내려왔다’며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 이 사람들이 내 생일을 어떻게 알았지? 아, 언니가 말을 했구나. 일행 중 한 분이 나와 친한 언니이고 그녀만 유일하게 내 생일을 알고 있었다. 언니는 이미 다람살라에서 내가 좋아하는 싱잉볼을 선물로 사주었다. “잠깐만요~.” 얼떨떨해진 내가 그들의 노래를 제지했다. “내 생일은 내일인데요.” “알고 있어요. 요즘 축하는 ‘이브’에 하는 게 패션이에요.”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제가 이렇게 자다 말고 나오지 않았을 텐데…” “그럼 가서 립스틱이라도 바르고 오세요.”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냅다 방으로 내달려 빠르게 단장을 하고 다시 식당으로 갔다. 그동안 사람들은 식당 뒤쪽에 생일 축하 공간을 마련해두었다. 이 오지 레에서 어떻게 가능했을지 모를 커다란 케이크가 테이블에 올려져 있고 작은 앰프도 있었다. 마이크를 들고 사회를 보는 정례씨가 말했다. “자, 이제부터 이한숙님의 60번째 생일축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레와 같은 환호와 함성이 작은 식당을 가득 메웠다. 식당에서 시중들던 로컬 스태프들도 박수와 미소를 보탰다. 감동 어린 케이크 커팅이 끝나자 사회자가 말했다. “꽃을 구하기 어려워 꽃 대신 목걸이를 준비했습니다.”...

2024.06.17.